항생제의 두 얼굴 1부 - 내성균의 공포
▶ 항생제 앓이를 하는 아이들
“장은 다 무너져 있고 항생제는 늘 먹어왔으니까, 아이가 치료가 안 되는 거 같아요”- 김자윤 (박은준(3세) 엄마)
1년에 열한 달은 항생제를 달고 산다는 은준(3세)이. 기침소리는 하루 종일 그치지 않고, 아이를 따라다니며 콧물을 닦아주는 엄마의 손은 바쁘기만 하다. 은준이가 아프기 시작된 것은 돌 무렵, 세균성 장염으로 항생제를 복용한 이후부터이다. 감기, 요로감염, 급성 후두염에 폐렴까지 잦은 질병에 시달리고, 항생제를 먹어도 그때뿐, 금세 다시 열이 오르는 은준이를 보면서 엄마는 불안하기만 하다. 은준이에겐 과연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 우리 아이들의 항생제 내성균 보균 실태는?
최근 은준이처럼 어려서부터 항생제를 자주 복용하고 좀처럼 낫지 않는다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강진한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감기 등 바이러스 질환에 항생제를 잘못 복용하거나, 맞는 항생제를 복용하더라도 기간을 안 지키고 중간에 끊는 등, 항생제 오`남용이 항생제 내성균을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아이들의 경우,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균들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것. SBS 스페셜은 은준이를 비롯해 항생제를 자주 복용해 온 10세 미만 아동 스무 명을 모집, 아동들의 코 속에서 검체를 채취해, ‘세균배양 검사’ 및 각 균들의 항생제 내성률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한 ‘항생제 내성균 검사’를 실시했다. 과연, 검사 결과는 어땠을까.
▶ 슈퍼 박테리아, 인간을 습격하다!
두 팔과 두 다리를 잃은 전직 패션모델, 베키 스프링어씨.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급성 감염은 그녀의 삶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두세 종류의 항생제를 바꿔가며 투여했지만, 축농증으로 평생 항생제를 먹어온 그녀에게 맞는 항생제를 찾는 동안, 패혈증이 찾아왔고, 사지가 괴사됐다. 결국 베키는 사지를 절단한 끝에야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미국 시카고의 에블리 마카리오씨는 11년 전, 당시 생후 17개월이었던 아들 사이먼을 잃었다. 사이몬은 그 또래의 아이들이 으레 앓는 질병인 약한 기관지염과 가벼운 천식을 앓고 있었고 의사가 아이의 호흡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처방한 항생제와 스테로이제를 꾸준히 복용 중이었다. 어느 날 새벽 사이먼은 심한 고열을 앓았고, 병원에서 치료 도중 사망했다. 사인은 다제내성균, 소위 슈퍼박테리아 중 하나인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 감염이었다. 하버드 보건학 학위를 갖고 있던 마카리오씨는 아이를 잃기 전까지 MRSA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고, 세계가 항생제 내성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았다. 마카리오씨는 현재 슈퍼박테리아의 위험성을 세계에 경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 전세계, ‘항생제 내성균’과의 전쟁을 선포하다
“항생제 내성균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 중 하나입니다. 항생제 내성균은 수많은 죽음과 병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 오바마, 미국 대통령
항생제 내성균이 등장한 것은, 인류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이 상용화된 1940년대의 일이다. 내성균이 등장할 때마다, 인류는 더 강하고, 넓은 범위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항생제 개발 속도가 내성균의 진화와 전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서, 전문가들은 이미 ‘포스트 항생제 시대,’ 즉 항생제가 더 이상 듣지 않게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항생제 내성균 근절 프로젝트를 위해 전문가 팀을 구성하고 의회에 2016년 예산으로 12억 달러(우리돈 약 1조 3천억원)를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공중 보건문제 1순위로 항생제 내성균에 주목하고 있다.
▶ 항생제 없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약을 안 쓰고 아이를 키운다는 의미가 ‘약을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약이 필요할 때 듣는 아이를 만들자는 거예요.”
- 네 아이를 항생제 없이 키운 엄마, 김효진씨
항생제 한번 쓰지 않고도 4형제를 모두 건강하게 키웠다는 김효진씨. 그녀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아프고 나면 아이들이 큰다’는 옛말을 믿고,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거나 아플 때마다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주었더니, 오히려 아이가 더 건강해졌다는 효진씨. 그녀는 철마다 매실청을 내리고, 간장과 고추장을 직접 담그는 등 발효음식을 통해서 아이들 몸에 건강한 미생물을 키워주려고 노력하는 한편,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전국의 엄마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치과를 제외하곤 병원 한번 가본 적이 없다는 효진씨의 막내아들, 해원이(10세)의 코 속에서도 검체를 채취해, 항생제 내성균 검사를 의뢰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
10월 25일 방송될 SBS 스페셜 <항생제의 두 얼굴 - 내성균의 공포 (1부)>에서는 현대 의료시스템에서 필수적인 존재인 항생제가, 내성균의 확산과 함께 어떻게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지 그 생생한 현장을 방송한다.
<영상, 글 출처: sbs 스페셜 홈페이지>